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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상의 거래법 - 2편 SDF X 김동식 작가 콜라보

황급히 핸드폰을 확인한 사내의 표정이 밝아졌다. 화면에는 사내가 말통을 들고 있는 사진과 함께 [ 물건을 판매하시겠습니까? 수락 / 거절 ] 이라는 문구가 반짝이고 있었다. 볼 것도 없이 수락을 누르자, 화면에 악마가 나타났다.

[ 또 뵙게 되었습니다. 반갑습니다. ]

" 예, 예! "

[ 그럼, 바로 구매자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

영상은 곧바로 어느 산맥을 비추었다. 비포장도로에 지프 차 한 대가 멈춰 있고, 수염이 덥수룩한 외국인 하나가 밖에서 다급한 몸짓을 보이고 있었다.

[ 저 고객님의 마음이 타들어 가고 있는 이유는, 차 안에 있는 부인 때문입니다. 독충에 쏘여 당장 병원으로 옮기지 않으면 위험한 상황에, 기름이 다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차량 통행이 거의 없는 비국가적 영역이라 기적은 없을 겁니다. 당신의 도움 말고는 말입니다. 자, 얼마에 파실 겁니까? 금액을 제시할 기회는 한 번뿐입니다. ]

영상 속 외국인은 어쩔 줄 몰라 차 안과 도로를 오갔다. 안타까움이 느껴지는 그 몸짓을 바라보던 사내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내가 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건 좋은데, 얼마를 받아야 할까? 다시 같은 기회가 온다면 천만 원을 외치리라 생각했었지만, 사막 상황이 아니라면 어떨지 몰랐다. 게다가 막상 상황이 되니 천만 원이 너무 커 보였다.

[ 보시다시피, 고객님의 시간이 없어 보입니다. ]

" 으음... "

망설이던 사내는, 에라 모르겠다 질렀다.

" 천만 원에 팔겠습니다! "

[ 천만 원이라. 알겠습니다. ]

악마의 목소리만으로는 그 금액이 어떤지 사내가 판단할 수 없었다. 너무 컸을까? 적당한가? 아니면 설마, 너무 적다거나 하는 건...아니겠지?

사내가 생각하는 사이에 감쪽같이 기름 말통이 사라졌다.

" 아?! "

깜짝 놀라는 것도 잠시, 곧바로 사내의 눈앞에 돈 봉투가 툭 떨어졌다. 그 무게감부터가 달랐다. 얼른 줍는 사내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확인하자, 영락없이 700만 원!

" 으흐, 으하하 으하하하! "

미친놈처럼 기뻐하는 사내는 핸드폰 액정에 뽀뽀라도 해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미 평범하게 돌아온 이후였지만.

.

.

.

사내는 두 번의 경험으로 좀 알 것 같았다. 그의 일상이 바뀌었다. 취직? 그따위 노력은 집어치운 사내는, 어떻게 하면 악마와의 거래가 열리는지에 집중했다. 결과, 사내는 먼저 등산용품점을 방문했다.

" 생존에 연관된 제품, 뭐가 있을까요? 정말 위급한 상황에 크게 도움이 되는 제품 말입니다. "

시내를 돌아다닌 사내가 예측으로 산 물건들은, 구조용 신호탄, 구급상자, 구명조끼, 전투식량 등등이었다. 방 안에 물건들을 쌓아놓은 사내는 작업을 시작했다. 한 손엔 핸드폰, 다른 한 손엔 물건 들기를 10분 간격으로 반복했다. 생수를 들었다가, 신호탄을 들었다가, 구급상자를 들었다가, 구명조끼를 들었다가, 기름을 들었다가, 그러기를 몇 시간. 구조용 신호탄 차례에서 드디어,

[ 초대박! 거상이 될 기회! ]

" 아! 좋았어! "

사내가 환호하며 확인한 화면에는 구조용 신호탄을 들고 있는 사내의 사진과 [ 물건을 판매하시겠습니까? 수락 / 거절 ] 문구가 반짝이고 있었다. 얼른 수락을 누르자, 반가운 얼굴이 나타났다.

[ 세 번째로 뵙게 되었습니다. ]

" 예~예 "

[ 구매자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

펼쳐진 영상은 어느 협곡에 조난한 외국인의 모습이었다. 다리를 다친 듯 움직임이 불편했고, 까마득한 절벽 위를 올려다보는 표정은 절망스러웠다.

[ 이번 고객님은 강인한 카리스마의 사업가이지만, 동행도 없이 혼자 거친 산행을 즐긴 게 실수였습니다. 구조될 확률이 높지 않은데, 다행히 당신이 가진 신호탄이 매우 고성능이라 수색과 구조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물건을 얼마에 파시겠습니까? 금액을 제시할 기회는 한 번뿐입니다. ]

사내는 곧바로 대답하지 않고 신중히 영상을 살폈다. 그는 지금 천만 원보다 더한 욕심을 생각해보고 있었다. 지난 며칠간 계속 생각해왔던 게 그거다. 극한의 상황에 부닥치면, 얼마든지 돈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사람은 생명이 가장 소중한데, 전재산을 달라고 해도 줄 정도이지 않겠는가.

" 으음... "

사내는 자신 없는 말투로 조심스럽게 말했다.

" 일, 일억 원? “

[ 일억 원이라. 흠. ]

" 아, 아니, 그게 너무 크면 "

[ 알겠습니다. ]

" 엇? “

[3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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