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씨, 며칠 간은 종일 파업 캠페인만 나오겠네."

투덜거린 두석규는 서랍에서 쏟아진 서류들을 주워서 정리했다. 다행인지 무엇인지, 나뒹구는 서랍 덕분에 찾고 있던 서류를 발견했다.

"오 좋아"

정리를 중지한 두석규가 일어나 서류를 살피며 사인하던 그때, 밖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이윽고,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 비서가 외쳤다!

"사, 사장님! 큰일입니다!"

"뭐가?"

"부품 공장에서 직원들이 지금 파업을 하겠다고 합니다!"

"뭐야?!"

두석규의 표정이 흉악하게 일그러졌다. 비서가 빠르게 설명했다.

"정시 퇴근 보장과 낙후된 안전 장비를 새 것으로 바꿔 달라고 요구하면서"

"이런 씨! 월급 따박따박 나오면 됐지 뭐?!"

두석규는 불같이 화를 냈다.

"파업?! 파업?! 배부른 소리 하고 있네! 어디 한번 해보라고 그래! 그 놈들 아니더라도 일할 사람은 널렸어! 당장 가서 전해! 바로 일에 복귀하지 않으면 모두 잘릴 각오 하라고! 손해배상도! 미리 변호사 연락하고!"

"네, 넵!"

비서는 불똥이 떨어질세라, 얼른 문을 닫고 나갔다. 화가 풀리지 않은 두석규는 들고 있던 볼펜을 문을 향해 '퍽!' 던져버렸다. 곧바로 흠칫 놀랐다.

"앗!"

두 눈이 커진 두석규는 혹시 볼펜의 파업이 일어날까 걱정했다. 바닥에 떨어진 볼펜을 긴장된 얼굴로 살피던 그의 고개가 TV로 돌아갔다. 그러나 볼펜도, TV도 특별한 말이 없었다.

잠시 뒤, 두석규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그렇지! 역시 파업이 나 때문에 일어난 게 아니었군. 하긴 내가 무슨 큰 잘못을 했다고, 나 때문에 파업이 일어나겠어? "

두석규는 여유 있게 볼펜을 주워들어 다시 서류에 사인을 시작했다.

켜져 있던 TV에서는 중요한 파업 캠페인이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의무적으로 모든 언론사가 계속 내보내야만 했다.

[여러분 의자를 밟고 올라서지 맙시다. 의자 다리는 항상 수평을 맞춰줍시다. 의자를 무기로 사용하지 맙시다. 의자를...]

[창문에 돌을 던지지 맙시다. 창틀이 삐걱거린다면 기름칠을 해줍시다. 창문을 닦을 때는 안과 밖을 함께 닦읍시다. 창문을...]

[거울에 낙서하지 맙시다. 날카로운 것으로 거울을 긁지 맙시다. 거울을 벽에 걸 때는 못이 튼튼한가 꼭 확인을... ]

[책상 정리는 주기적으로 합시다. 책상 위에 칼로 이름을 새기지 맙시다. 책상은 침대가 아닙니다. 책상 서랍이 덜컹거릴 경우 비틀림을 점검하여...]

전국의 사람들은 어서 의자와 창문과 거울과 책상의 처우가 개선되어 파업이 잘 해결되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두석규가 서류에 사인을 끝냈을 때, 비서가 조심스럽게 얼굴을 내밀었다.

"저...아무래도 사장님이 공장에 한번 내려가 보셔야 할 것 같은데요. 사장님 오시기 전에는 대화를 안 하겠다고..."

"뭐야?! 일 안 하면 다 자른다고 하라니까! 그것도 못 해?! 내가 시킨 대로 한 거 맞아?!"

"죄, 죄송합니다. 그게..."

"이 멍청아! 그것들이랑 대화가 뭐가 필요해?! 오늘 안에 일 복귀 안 하면 모두 자른다고 하고! 인력 사무소 연락해!"

"네, 넵!"

비서를 도망가듯 떠나자, 인상을 찌푸린 두석규가 답답한지 자기 가슴을 두드렸다.

"저런 멍청한 게 무슨 비서라고 어휴!"

한데 잠시 뒤, 멀쩡하던 두석규의 몸이 기우뚱하다가 '쿵!' 바닥에 쓰러졌다. 잘게 떨리는 그의 몸 위로 TV 방송이 흘러나왔다.

[긴급 속보입니다. 전국의 심장박동기가 파업에 들어갔습니다. 전문가들은 오늘 이례적으로 일어난 다섯 건의 파업에 분명한 원인이 있을 거라... ]

[두번째 소설은 7월 11일 오전 11시 30분 업로드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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