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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흔한 나무 구분법 아시나요? 백두대간 에코 트레일 | 15~16구간 식생 정보

이번 구간, 처음 시선을 사로잡는 식물은 물박달나무다. 당연히 백두대간은 참나무가 주인이지만, 개체 수는 적어도 눈에 확 띄는 것이 물박달이다. 일반인들은 물박달을 자작나무로 착각하곤 한다. 나무껍질이 종이처럼 얇게 일어나는 것이 닮았다. 하지만 자작나무처럼 흰색의 수피가 아니므로, 대번에 다른 나무임을 눈치 챌 수 있다.

물박달나무는 껍질이 켜켜이 여러 겹으로 겹쳐 있어, 얇은 종잇장을 겹친 듯 너덜너덜 지저분하다. 마치 페스트리 빵을 닮았다. 자작나무보다 훨씬 껍질이 많다.

자작나무는 껍질에 기름기 성분이 있어 불에 태우면 “자작자작” 소리가 난다고 해서 이름이 유래한다. 물박달도 껍질의 기름 덕분에 불이 잘 붙는다. 신랑신부가 결혼할 때 ‘화촉을 밝힌다’는 말도 자작나무 껍질로 만든 초로 신혼방을 밝혔다는 데서 유래한다.

물박달나무는 박달나무 중 물가에 산다고 이름이 유래하지만, 대간 능선에서 흔히 마주칠 정도로 사는 곳을 가리지 않는다. 오히려 물기 많은 계곡보다 건조한 곳에서 더 잘 자라니 식물을 살필 땐 이름의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물박달은 양지 바른 곳이나 볕이 약간 적게 드는 곳에서도 잘 살고, 높은 곳이나 낮은 곳에서도 잘 산다. 다만 공해에 취약하므로, 임의로 심은 물박달나무가 아프다면 주변 환경이 어떤지 살펴야 한다. 봄의 수액은 약용으로 쓰이며, 껍질은 염료와 벽지로 쓰이며, 목재는 단단해 가구, 악기, 운동구, 조각 등으로 쓰인다.

그러니 겉만 보고 껍질이 지저분한 나무라 업신여기지 말고, 마주치면 ‘참 쓰임새 많고 성격 좋은 털털한 아이로구나’하고 쓰다듬어 주길…. 다만 등산로의 물박달은 특유의 껍질이 다 벗겨져 헐벗은 나무가 많은데, 등산객들이 재미로 껍질을 벗기는 통에 나무가 발가벗게 되었다.

물박달나무가 이번 구간에 전체적으로 포진해 있지만, 떡갈, 신갈, 졸참, 상수리로 이어지는 참나무 6형제 중 4종류 이상이 이번 구간에 밀집해 있다. 국내에 자생하는 참나무 6종, 신갈·떡갈·갈참·상수리·굴참·졸참을 대개 그리 부른다. 사실 숲해설가도 구별하기 쉽지 않지만 산에서 참나무 6형제를 정확하게 구분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대간의 진짜 주인은 참나무이니, 산 좀 탔다는 베테랑이라면 신갈, 굴참, 떡갈, 상수리 정도는 구분해야 목에 힘을 줄 수 있다.

잎이 크고 뒷면에 털이 있는 떡갈나뭇잎(왼쪽)과 뒷면이 매끈한 신갈나뭇잎.

계절마다 구분법이 다른데, 열매가 익은 가을이 구분하기 가장 쉽다. 나무껍질, 나뭇잎, 열매를 보고 구분한다. 백두대간을 대표하는 나무인 신갈은 떡갈·갈참과 비슷하다. 길쭉한 마름모 형태(도란형)로, 잎이 넓고 크다. 보통 잎이 떡갈이 더 크지만 나무의 수령과 성장 환경에 따라 차이가 있어 그것만으로 구분하기는 어렵다. 잎을 뒤집어 만져보면 떡갈은 털이 많고, 신갈은 매끈하다. 갈참은 나뭇가지와 잎을 연결하는 잎자루가 확연히 있는 것이 특징이다.

굴참은 나무껍질이 가장 눈에 띄는 개성이다. 와인 코르크 마개로 쓰일 정도로 누르면 푹신하다. 굴참과 상수리는 잎이 비슷한데 상수리는 잎 뒷면이 연두색이고, 굴참은 뒷면이 회색에 가까운 밝은 색이다. 졸참나무 잎은 두 유형의 중간 형태로 잎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전문가는 낙엽만 보고도 나무 이름을 맞추고, 고수는 낙엽 밟는 소리만 듣고도 맞힌다는, 과장 섞인 말이 있다.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우리 산에서 가장 흔한 나무 정도는 구분할 수 있어야 ‘산 사람’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