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사진: 폭발 부상으로 한쪽 다리 일부를 잃고 위독한 상태인 환자. 국경없는의사회 팀들은 탈 아비야드 병원에서 활동하면서 수술실 2곳과 응급실 활동을 지원한다. ©Eddy Van Wessel
2017년 10월, 미국의 지원을 받는 ‘시리아민주군'(SDF)이 대대적인 상공 • 지상 공격으로 시리아 북부 라카 시를 장악했다. 군사 작전 마지막 몇 달간 주민 거의가 라카를 떠났고 도시는 폐허로 남게 되었다. 이후 라카를 탈출한 사람들은 도시 곳곳에 깔린 폭발 위험물에 노출되었다. 이 폭발 장치들은 라카로 귀환하는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부상과 사망을 일으키고 있다.
라카 전투 동안 국경없는의사회는 부상자들의 생존 확률을 높이고자 교전선 근처에 안정화 지원처를 마련했다. 2017년 11월, 싸움이 잦아들 무렵 국경없는의사회는 라카 시내에서 수술을 시작한 극소수 단체 중 하나였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외상 안정화 지원처, 1차 의료센터 등을 통해 수백 명의 폭발 부상자들에게 안정화 처치를 제공했다.
"사람들은 죽음의 문턱에서 응급실에 도착했습니다."
"라카는 파괴되었고 지금도 민가와 공공 장소에는 급조 폭발물과 미폭발 무기들이 흩어져 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 응급실은 이런 치명적인 무기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시급한 필요에 대응하고자 마련되었습니다. 신속하고 숙련된 응급실 팀의 대응으로 346명 이상이 안정화 치료를 받고 목숨을 지켰습니다. 이 도움이 없었다면 남성, 여성, 아동 등 수많은 사람들이 잔해 속에 숨졌을 것입니다.” _ 존 / 의료팀 리더, 라카
“저는 약사 한 분과 함께 민간인 부상자들에게 무료로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집에다가 비밀 진료소를 열었습니다.”
"매달 우리는 최소 200명의 전쟁 부상자를 치료했습니다. 대부분 지뢰나 급조 폭발물로 부상을 입은 사람들이었죠. 안타깝게도 우리가 치료하지 못한 사람들도 많습니다. 우리가 처음으로 라카 탈출을 시도한 건 작년 8월 중반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포위된 라카를 떠나고 싶어 하는 다른 102명과 함께 있었는데요. 탈출하던 중 IS 전투원들이 우릴 겨냥해 총을 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서둘러 걷거나 달음박질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이 뛰어 가는데 지뢰가 터졌고 제 사촌 부부를 포함해 9명이 죽었습니다. 제가 겪은 것을 어떻게 다 말로 옮겨야 할지 모르겠군요. 우리는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다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이런 일을 다시는 겪지 말아야 한다는 겁니다.” _ 바르캇 박사 (바르캇 박사는 라카 전투 동안 라카 시에서 지하 진료소를 운영했다.)
의료 접근성이 부족해 생기는 위험
시리아 내 다른 지역들처럼 라카도 의료 인프라가 무너져 힘겹게 회복해 가고 있다. 지난해 국경없는의사회가 시리아 북부에서 조사한 결과, 이 전투 동안 피난민 사이에 나타난 사망률이 전쟁 전에 분쟁으로 숨졌던 사람들의 경우보다 다섯 배나 높았다.
“사람들이 필요로 할 때 국경없는의사회가 왔어요"
"라카에는 처음 와 봤습니다. 많은 이들의 생명을 지키는 데 우리가 함께했습니다. 팔다리를 절단한 환자들도 많았고, 흉부 • 복부에 유산탄 파편이 박힌 환자들도 있었습니다. 시력을 잃은 사람들도 있었죠. 전에는 이런 부상들을 전혀 보지 못했습니다.” 라카에서 활동한 간호사
탈 아비야드 국립병원
라카에서 의료 시설을 운영하는 것과 더불어, 국경없는의사회는 2017년 5월부터 탈 아비야드 국립병원 현지 보건당국과 파트너십을 맺고 활동하고 있다. 이 병원은 해당 지역 유일의 2차 의료 지원 시설로서, 라카 출신 환자 대부분이 이곳으로 이송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315명이 넘는 현지, 국제 직원들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시리아인 지원에 힘쓰고 있다.
“탈 아비야드 병원에는 외상 환자들이 대거 들어옵니다"
"급조 폭발물, 불발탄, 위장 폭탄, 교통사고, 총격 등으로 인해 지난 11월부터 폭발 부상으로 병원에 이송되는 환자 수가 한때 주당 50명까지 올라갔습니다. 이에 우리는 2차 수술 병동을 여는 한편, 부상에서 회복 중인 환자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 대응 능력을 확충했습니다. 하지만 폭발물과 위장 폭탄이 깔린 도시로 돌아오는 귀환민 수에 비해 지뢰제거 활동이 매우 더디게 진행되고 있어, 계속해서 사람들의 생명이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_ 틸라 /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탈 아비야드
폭발 잔여물의 피해를 입은 사람들
2017년 10월 아흐마드는 라카에 같이 가보자는 친구와 함께 라카로 돌아왔다.
“라카에 같이 가서 여동생 집을 좀 살펴보자는 친구 말을 듣고 저도 집에 가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라카에 돌아가 길을 걷다가 지뢰를 밟고 말았습니다. 집은 보지도 못한 채 부상을 당해서 구급차에 실려 탈 아비야드 병원으로 갔습니다. 두 다리 모두 부상을 입었고 앞으로 수술을 더 받아야 합니다.”
민간인들에게 나타난 치명적인 영향
지금도 국경없는의사회는 라카에서 위장 폭탄, 지뢰, 폭발 잔여물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계속해서 치료하고 있다. 2017년 11월부터 2018년 3월까지 라카의 국경없는의사회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은 환자는 약 427명이지만 실제로 라카에서 폭발 피해를 입은 피해자 총 수는 훨씬 많다. 환자 중에는 부상 정도가 매우 큰 사람들도 있다. 환자 60명은 병원으로 오는 도중 숨을 거뒀고, 응급실 환자의 40%는 보다 집중적인 치료나 수술을 위해 타 시설로 이송되고 있다.
지금까지 지뢰제거 활동은 주로 공공장소나 인프라 시설에 초점을 맞춰 왔는데, 사실 국경없는의사회 시설에서 치료받은 환자 대다수는 집에서 부상을 입었다. 또한 시내에서 가장 취약한 사람들이 피해를 입기도 한다. 지금까지 최연소 피해자는 3세, 최고령 피해자는 71세였다.
전투가 끝난 뒤로 5개월 넘게 민간인들이 이런 사고로 부상을 입고 있는 현실을 볼 때, 지뢰제거 활동은 기대보다 더딘 것이 분명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민간인들은 2018년 이후로도 계속해서 치명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국제사회 특히 미국이 주도하는 동맹국들은 자신들의 책임을 인지하고 라카 지뢰제거 활동을 위한 기금을 늘리고 필요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라카의 인프라 붕괴
사진 저작권 ©Eddy Van Wessel - 비디오 저작권 ©Craig Kenz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