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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북정맥, 아름다운 능선길을 걷다 포토스토리-김준영 셰르파

작년부터 시작된 한북정맥 탐방이 어느덧 마무리할 시간이 되었다. 가장 아껴두었던 한북정맥 3구간으로 국망봉과 민둥산, 강씨봉이 남은 것이다. 세 곳을 다하기는 살짝 무리가 되어 오늘은 강씨봉과 민둥산을 탐방했는데 역시나 아름다운 능선과 조망은 그간 돌아 본 코스 중에 으뜸인 것 같았다.

오늘 두 탐방지의 이름이 특이한데 강씨봉은 그 옛날 궁예의 부인 강씨가 왕건 일당을 피해 살았던 곳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고 민둥산은 산세가 밋밋하다 하여 민드기봉이라고 불리다 민둥산이 되었다고 한다. 이곳 포천 일대와 강씨봉, 민둥산, 국망봉 일대는 궁예의 망국의 아픈 역사가 곳곳에 숨겨져 있는 곳이기도 하다.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데크, 산책길하늘로 솟은 낙엽송

작년 한북정맥을 시작하면서부터 코로나19의 출현으로 카풀이 중단되고 모두가 고통스럽고 혼란스러운 나날을 보냈다. 더군다나 유난히도 길었던 장마와 태풍은 많은 회원님들과 함께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 결국 가까운 지인들과 소규모로 산행을 이어가야만 했다.

매주 도전자들과 함께 전국의 명산을 찾아가는 것이 얼마나 즐겁고 행복한 일인지 카풀이 중단되고서야 알았고 또다시 그런 설렘의 시간이 오기를 지금은 간절히 바랄 뿐이다. 다행히도 한북정맥은 서울과 비교적 가까운 거리와 부드러운 능선길이 많아 코로나 시대에 소규모로 움직이기 딱 좋은 코스가 아닌가 싶다. 오늘도 부담 없이 지인들과 차를 몰고 들머리가 되는 가평 강씨봉자연휴양림으로 향했다.

위1) 효자소, 위2)강씨봉 등산로 이정표 아래)임도를 지나 등로에 들어서면 곧바로 험한 된비알이 이어진다
거친 숨을 몰아쉬게 만드는 경사의 오름길에 봄꽃들이 화려하다

강씨봉자연휴양림에서 계곡을 따라가다 보면 강씨봉을 오르는 경사의 오름길이 나온다. 아직 이곳은 요즘 많이 보는 목책 계단도 없고 단지 된비알 오름길을 안내하는 로프만이 있었다. 그나마 산꾼들을 위한 배려인 것 같아 고맙고 반갑다. 힘들게 오르는 길 주변에는 각시 붓꽃과 노랑제비꽃이 땀을 식히고 숨을 고르게 해주었다. 간간이 부는 봄바람은 바짝 달아 오른 체온을 식혀주고 그렇게 휴식과 오름을 반복하니 정상에 도착했다.

도착한 강씨봉, 시간 반이 걸렸다

뾰쪽이 솟은 명지산

한북정맥 능선 길, 도성고개와 민둥산, 뒤로 견치봉, 국망봉

한북정맥 능선 길, 지난번에 다녀왔던 청계산이 뾰족하다

강씨봉은 높이 830m의 산으로 경기도의 고산들이 가까이에 늘어서 있다. 아래로는 귀목봉을 거쳐 명지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동으로 뻗어 있어 사방으로 수려한 경관이 펼쳐진다. 멀리 가야 할 국망봉(1,168m)도 민둥산과 견치봉 뒤로 고개를 내밀고 반대편으로는 지난번에 다녀왔던 청계산, 운악산도 조망이 된다.

모든 산이 그렇지만 된비알 오름길 내내 나뭇가지로 가려진 답답함과 힘들었던 수고로움은, 정상에 서게되면 한방에 날아간다.

강씨봉에서 민둥산 방향으로 한북정맥의 능선 길
전나무 숲을 지나는 등로

잠시 휴식과 인증을 마치고 다시 민둥산을 향하여 발걸음을 재촉한다.

도성고개까지는 내리막길, 흙길의 능선 길을 편안하게 내려가다 보면 커다란 전나무 숲 아래 푹신푹신하고 너른 공터가 있어 요즘 대세인 차박지로 딱 좋을 거 같은 장소를 지나게 된다.

다시 민둥산을 오르는 길은 억새밭과 싸리나무, 진달래와 행여나 밟힐까 조심스럽게 걷게 되는 노랑제비꽃이 지천으로 널려있는 능선으로 오르는 내내 사람 구경은 못했지만 한무리의 흑염소 가족을 만났고 듬성 듬성 검은 배설물들을 피해 갈 때면 마치 어느 외국의 트레킹 길을 걷는 듯 이국적인 풍경이 머리를 스친다.

민둥산이 보이는 능선 길
연초록의 나뭇잎과 진달래가 화려하다.
지천으로 널려있는 노랑제비꽃, 발길 옮기기가 조심스럽다.
도착한 민둥산, 햇살을 피해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명산100+의 완등을 앞둔 선배님 두 분과 함께

한북정맥은 백두대간 백산 분기점(1,120m)에서 분기하여 경기도 파주군 교하면 장명산까지 이어지는 산줄기이다. 산경표에서 규정한 1대간 1정간 13정맥 중의 하나로, 한강 줄기의 북쪽에 있는 분수령이라 하여 한북정맥이라 부른다. 블랙야크에서는 2020. 02. 군사지역인 대성산을 제외하고 강원도 화천군과 철원군 경계에 있는 수피령에서부터 장명산까지 10구간 26인증지를 지정하여 탐방하도록 프로그램화하였다.

지난여름부터 시작된 한북정맥 탐방이 이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도상거리 약 158km의 적지 않은 거리를 눈과 비를 맞아가며 탐방했던 기억들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떠오르며 지나간다. 물론 군부대와 도로, 아파트 단지 등 여러 가지 장애요소로 인하여 전체 구간을 탐방하지는 못하였지만 나름 한북정맥을 이루고 있는 산들에 대한 정보와 위치를 습득하였다는 것에 의미를 둘 수 있다.

특히 오늘 탐방을 하는 강씨봉과 민둥산, 그리고 국망봉과 그 뒤로 도마봉, 백운산 구간, 반대편 청계산 구간은 한북정맥의 가장 하이라이트가 되는 구간으로 아름다운 능선 길의 맛과 멋을 느끼기에 충분한 곳이라 할 수 있다.

민둥산에서 강씨봉자연휴양림으로 내려가는 길
민둥산과 강씨봉자연휴양림 사이의 중간 전망대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연초록 풍경 속의 명지산

민둥산에서 내려오는 길은 두 갈래다. 하나는 도성고개로 빽하는 길과 용수목 급경사로 내려서는 길이다. 두터운 낙엽이 깔린 경사의 내리막은 당황스러울 정도로 험했다. 조심조심 한 발 한 발 내려서니 중간 전망대가 나오면서 연초록 풍경 속의 명지산이 뚜렷하게 다가온다.

오늘 한북정맥 8구간인 강씨봉과 민둥산을 산행하면서 봄바람과 능선의 야생화들, 연초록에 둘러싸인 산군들을 바라보고 내려오는 길은 너무도 아쉬웠다. 욕심 같아서는 국망봉도 한 걸음에 달려가고 싶었지만 과욕은 금물, 각자가 체력에 맞는 산행이 정답이다. 하산하여 강씨봉자연휴양림의 계곡에 발을 담그니 짜릿함이 머리까지 올라오고 산행의 피로는 사라져버렸다.

날머리인 논남기마을의 화려한 봄꽃

☞ 코스 : 강씨봉자연휴양림~깔딱고개~강씨봉~도성고개~민둥산~전망대~논남기마을(10.7km, 5시간 30분)

☞ 난이도 : ★★★☆☆

☞ 편의시설 : 주차장, 화장실

☞ 교통 : 자가/강씨봉자연휴양림/대중교통/가평역 → 15번 시내버스 환승 → 50-5번 목동터미널 환승 → 강씨봉자연휴양림 하차

김준영 셰르파는

블랙야크 1기 셰르파로 시작하여 지금까지 BAC회원들과 함께 하고 있으며 BAC 매거진을 통해 포토 에세이를 전합니다.

대부분의 회원들과 마찬가지로 그 역시 한 명의 직장인으로 평일에는 직장에서 본분을 다 하며 주말은 산을 오릅니다. 그리고 사진을 찍습니다.

서울 교통공사 근무

한국 사진작가협회

블랙야크 셰르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