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볶음탕 korean Braised spicy chicken

사진을 시작하기 아주 오래전 그리고 예술을 논하기 아주 오래전 나는 매주 금요일이면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닭볶음탕(당시엔 닭도리탕으로 불리던)' 파티를 열곤 했다. 특히 캐나다에서 왔으며 유난히 매그놀리아를 좋아하던 Marianne은 내 자취방 파티의 단골손님 중 하나였다.

징허게 스파이시한 정체불명의 닭 요리를 눈물 뚝뚝 흘리며 먹던 내 친구들. 심지어 그들은 닭을 이용해 제깟 것들을 암살하려 한다는 오해를 하였으나, 어김없이 목요일이면 전화질을 해댔다. "Hi Vincent! Are you having a spicy chicken party tomorrow?"

이쯤 되면 나의 닭볶음탕(사실 닭도리탕이라 해야 더 맛깔스럽지만)에 물 건너 산 건너 바다 건너와서 그만 싸게 중독되고 만 것이지. 흐흐.

LEE's Simple Recipe

닭을 볶던지 지지던지 삶던지 우선 그러려면 재료가 필요하겠지. 집 근처의 어지간한 마트에 가면 5~6호 정도의 중닭을 먹기 좋게 손질해서 팔고 있으니 몬스터 볼을 던져서 득템하면 되겠어. 털 뽑힌 닭이 말을 듣지 않고 반항할 때는 라즈베리를 무차별 살포해. 아차 닭도리는 포켓몬이 아니었군. 가상 현실과 헷갈리는 요즘이야. 자랑질 하나 하자면 무려 우리 집은 포켓스탑이야. 방에 앉아서 5분마다 리젠이 되니 가방에 몬스터 볼이 차고 넘치겠지. 하다하다 이런 몬스터 복까지 받다니 징허게 복도 많은 나야.

사실 20년 만에 닭볶음탕을 만들어 보는 거야. 그러니 기억을 더듬어야 하는데, 요즘 인터넷에 자칭 황금 레시피라는 제보들이 차고 넘쳐서 슬쩍 치트키를 날려 봤지. 그런데 무척 실망했어. 아무리 바쁜 시대라고 하나, 닭볶음탕에도 정도가 있는 법, 거의 날로 먹는 수준의 레시피들이 TV 먹방의 대세에 밀려 요리를 꿈꾸는 가련한 아재들을 희롱하고 있더군.

이것저것 준비한 재료들을 잘 다듬고 다 좋았는데, 막판에 물에 모두 다 한꺼번에 처넣고 죽 끓이듯 끓이는 것을 황금 레시피라고 버젓이 올려놓은 걸 보고 정말 뜨악했어. 모름지기 닭볶음탕은 정성이 반이야. 사실 30분 정도면 뚝딱 준비할 수 있는 수준의 간단한 요리니까 정성이 빠지면 허당이 되는 거지. 닭죽을 만들 것이 아니라면 그렇게 한 방에 물에 처넣고 끓이는 것이 아니라는 거지.

머드팩이 아닌 고추장 양념팩 시술을 받는 닭님의 자태

뻔한 닭볶음탕 순서에 나는 '시간'이란 양념을 더했지. 그게 오늘 닭볶음탕의 관건인 거야. 먼저 대파, 양파, 감자, 당근, 쑥갓, 고추 등등의 각종 채소를 잘 다듬었겠지. 그리고 마트에서 득템한 닭도리 군도 다시 한 번 주방에서 정성스레 씻겨 줬을 거야. 그리고 고추장, 고춧가루, 후추, 간장, 설탕, 맛술, 다진 마늘 등등의 양념장도 준비했겠지. 여기까지는 다들 같으니 패스.

내가 무려 20년 만에 손댄 닭볶음탕에서 첫 번째 다른 것은 맛술의 운용이야. 대부분은 맛술을 양념장에 넣더군. 그러나 나는 이름 없는 치킨에서 닭도리의 세계로 열반을 위해 목욕재계한 닭님을 다시 맛술에 5분 정도 담가서 완전히 정신까지 보내버린다는 거지. 그깟 맛술 아끼지 말라고. 손질한 계육이 맛술에 충분히 잠길 정도로 부어 달라고.

양념장에 겨우 맛술 한두 큰 술 정도로 닭님의 양계장 응가 냄새가 사라질 거라고 계산했다면 그건 수원 밑의 오산, 고추장 아래에 가려진 암내인 거지. 그러니 양계장 출신의 닭님들에겐 과감하고도 절도 있는 맛술 스파를 추천해. 여기서 꼭 맛술이 뭐냐고 물어보는 아재들이 있어. 그냥 술이야. 주부들 쓰기 좋으라고 미림, 미향이란 이름으로 둔갑해서 팔고 있어. 어제 먹다 남은 소주를 써도 좋아. 난 별로지만.

다음은 정말 정말 중요한 두 번째 비결, 바로 맛술로 쾌적하게 스파를 마친 닭님에게 이번엔 머드팩이 아닌 고추장 양념 팩을 화끈하게 시술하는 거지. 다른 재료들과 함께 바로 후다닥 탕으로 들어가는 거 그거 아냐. 우리 할머니나 어머니는 그렇게 안 가르치셨어. 그런 후레 무례한 결례를 범하면 안 된 닭.

양념장은 표준 레시피에 연연하지 말고 자기 꼴리는 대로 만들어야지. 나는 고추장 3, 간장 3, 고춧가루 2, 설탕 2, 후추 조금, 다진 마늘 조금, 맛술 2 정도로 배합했어. 만들면서 찍먹 해보면 알아. 똥이 될지 된장이 될지. 자 그럼 여기서 스파를 끝낸 계육에 양념장을 치덕치덕 바르고 주물러 주시는 거야. 다음으로 깍둑썰기한 감자와 양파 그리고 대파를 조금 넣고 다 함께 다시 버무려 주는 거지. 버무리는 작업이 끝났으면 꾹꾹 눌러서 약 2~3시간가량 숙성을 시켜줘. 이게 바로 닭볶음탕의 진정한 과정이야. 바로 입수하는 거 아니라고!

맛술 스파를 끝낸 닭님을 감자와 함께 고추장 양념팩으로 숙성시킨닭

뭐 설명할 필요도 없이 눈치챘겠지만, 이렇게 두어 시간을 양념에 재 놓으면 계육과 감자에 양념이 쏙쏙, 간이 쏙쏙 베어서 끓였을 때 정말 깊은 맛이 난닭. 또한 닭볶음탕을 이렇게 재어 놓은 상태로 락앤락에 봉인해서 기력이 떨어진 지인에게 선물하기도 좋닭. 그냥 물 붓고 끓이기만 하면 닭볶음탕이 완성되니까. 나 아플 때 누가 이렇게 좀 해주면 얼마나 좋겠냐!

나는 개인적으로 하루 정도 숙성시킨 후 끓이면 정말 맛있었지만, 이번엔 두 시간 반 정도 숙성을 시켰고, 그사이 주방을 말끔하게 정돈하고 포켓스탑을 열심히 돌렸닭. 현재 나의 파트너몬은 이브이가 진화한 부스터다. 씨피는 아직 허접한 수준이지만 두고 보시라. 우리 동네 체육관을 모조리 정복하고야 말 것이다. 곤충이나 잠자리채로 잡던 증강현실 게임보다 놀라운 수준의 진보적인 게임이다.

이번에 포켓몬고를 발표하자마자 한국에서만 7백만 명이 다운로드했다니 길거리에서 스마트폰에 코 박고 몬스터볼 던지며 헛손질하고 다니는 폐인들이 즐비하다. 울 동네 교회 근처엔 경찰이 현수막을 걸어 두었다. 교회가 포켓스탑이어서 어찌나 포켓몬 폐인들이 몰려드는지 차량들 더러 안전운전하라는 경고 현수막을 걸어 둔 것이다. 그러나 나는 무려 우리 집 안방에 앉아서 포켓스탑이라는. 흐흐.

마트에서 득템하사 닭도리로 승화한 닭님의 장렬한 최후

자 두어 시간가량 주방도 치우고 포켓몬고도 돌렸고 커피까지 한 잔 마시며 잘 놀았다. 이제 고추장 양념 팩에 잘 숙성된 닭과 감자를 냄비에 옮겨 담고 별다른 육수 필요 없이 생수를 조금 부어서 팔팔 끓여주면 된다. 감자와 닭이 익을 무렵이면 굵게 썬 대파를 추가. 개인적으로 나는 사랑하는 쑥갓을 무지막지 투입했다. 그래도 익고 나면 온데간데없는 것이 쑥갓이닭. 마지막으로 파랑, 빨강 청양고추를 썰어서 그냥 장식처럼 대충 냄비에 성의 없이 던져둔다.

이것으로 20년 만에 다시 닭볶음탕을 만들었다. 그사이 짜장면을 자장면이라고 지랄했다가 일부 국민들이 그러면 짬뽕은 잠봉이냐고 반발하자 다시 짜장면과 자장면을 혼용한다고 또 지랄하는 줏대 없는 국어연구 나부랭이들이 닭도리탕도 닭볶음탕이라고 완전 맛대가리 없는 요리로 전락시켜 두었다. 소설가 이외수는 닭도리탕의 도리가 일본어라기보다는 우리의 옛말에도 흔적이 있음으로 맞는 말이라고 항변하였으나 별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모양이다. 연구를 좀 더 하던가. 염병. 여하간 이 미친 세상에선 닭도리와 닭볶음 시비만으로도 국민 정서를 갈라놓고 흔드니 밥상마저도 편하질 않구나.

눈이 오길 기다렸으나 비가 내렸다. 나름 나쁘지 않았다. 마트에서 닭볶음탕(닭도리탕이 더 맛있닭) 재료를 구입하고 잠시 주차장에 서서 안 그래도 빠져가는 머리에 겨울비를 청승맞게 맞으며 비에 젖은 도로를 따라 멀리 시선을 던졌다. 분위기? 천만에 만만에 콩떡 같은 생각. 도로를 따라 별가사리와 발챙이가 각각 떴다. 아 쓰벌, 저넘들을 곧바로 달려가서 잽싸게 잡을까 말까 나는 아이폰의 몬스터볼을 굴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으음, 커브볼을 연마해야 해. 그래야 경험치를 더 높일 수 있겠지. 음하하하.. 학!

피융~ 다시 돌아와서, 배고파서 닭볶음탕이 완성되자마자 처먹느라고 플레이팅 사진을 못 찍었닭!!!

Created By
Hongseok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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